연말연시가 되면
매서운 추위, 그
리고 기도하고
봉사하는 우리
불자님들의 모습
이 동시에 떠오릅니다. 관악산 최고봉에
자리한 연주대를 2시간여에 걸쳐 등반해
서 부처님을 향해 곱은 두 손을 비비며 자
식을 위해, 남편을 위해, 또 그 무엇을 위
해 간절히 기도합니다. 기복이든, 원이든
수행이든 상관없습니다. 그저 그 모습을
보고 있자면 부처님께서도 미소로 화답하
시고 그 마음을 어루만지는 듯합니다.
일찍 찾아오는 산사의 추위인지라 김장도
일찍 하게 됩니다. 봉사자들이 속속 모여
들어 배추를 절이고 씻고 무우를 채로 썰
어 버무리면 배추가 벌겋게 되어 김치가
됩니다. 보살님들의 하얀 얼굴도 추위와
김치 색깔로 벌겋게 달아오릅니다. 그 모
습이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이 참 아름
답습니다. 산사에 있으면서 발견한 고귀한
선물입니다.
또한, 동지가 되면 동지불공을 위해 산사
를 찾습니다. 동지팥죽을 쑤어 나누려고
하는 아름다운 마음이 또 등산화를 질끈
동여매게 합니다. 연주암 겨울 풍경들입
니다.
누가 시키지 않았지만 연주암 불자님의 훈
훈한 마음이 자비 실천으로 이어져 싸늘한
날씨를 녹이는 따뜻한 가슴이 일렁입니다.
이 봉사자와 불자님들이야말로 삭막한 세
상을 움직이고 혼돈의 사회를 정화하는 힘
의 원천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산 아래 연말연시 풍경은 어떤지요?
언제나 연말이 되면 도심은 어수선하고 사
람들은 향우회 모임, 동창모임, 동아리 모
임 등으로 분주하게 여기저기 고개를 내밀
고 다닙니다.
고급 호텔이나 화려한 음식점에 모여 흥청
망청 왁자지껄하고, 거리는 술 취한 사람
들로 북적댑니다. 마치 가는 해를 붙잡으
려는 몸부림처럼 느껴집니다.
이에 비해 겨울 산사는 적적하고 고요하기
만 합니다. 일체의 번뇌를 소멸시키고 내
면의 향기를 찾아 떠나는 수행자들의 숨소
리가 눈을 녹이고 있습니다.
연주암 도량의 겨울 풍경은 참으로 아름답
습니다. 세상 모든 것들을 감싸고 생육시
키는 부처님의 자비심이 대자연을 통해 발
현되는듯합니다. 모두가 감사하고 고마울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