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극성을 부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때에 더위를 극복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해변이나 계곡으로 피서를 떠난다든가, 에어컨 등 냉방장치를 가동하고 여름 보양식을 먹는다든가 하는 여러 가
지 방법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불교신자들은 불교신자답게, 여름을 이기려 하기보다는 여름을 벗하며 여름 정진으로 더위 한 철을 슬기롭게 보냈으면 합니다.
절집에서는 음력 4월 15일부터 7월 15일에 이르는 여름 3개월간 깥출입을 하지 않고 사찰 안에 거주하며 수행에 힘쓰는데 이를 하안거라고 합니다. 하안거는 여름안거라는 뜻인데 수행자들이 치열한 정진으로 여름을 복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리고 이때는 장마가 끼어있어 풀들이 무성하고 작은 벌레들의 활동이 왕성한 시기입니다. 외출할 때 자신도 모르게 이러한 풀이나 작은 벌레를 밟아 죽여 금지된 살생을 범하게 됩니다. 이러한 것들을 예방하기 위해 여름안거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불자들은 스님들의 여름 안거를 거울삼아, 찌는 듯한 한여름의 더위를 용해 나고 죽음의 윤회의 사슬을 끊고 대자유인이 되겠다는 큰 결심과 발심으로 수행에 몰입해봅시다. 수행에는 수행의 목표와 마음가짐이 분명해야 소기의
목적을 성취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서 는 먼저 탐착과 집착에서 벗어나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그 방편으로 나라고 너라고 분별하며 다투는 이 몸뚱이를 잘 다스려야 합니다.
알고 보면 허망한 것이 몸뚱이입니다. 때가 되면 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것이 이 몸뚱이입니다. 아무리 잘 가꾸고 먹이고 입히고 씻겨도 백년 안쪽이면 누구나 헌신짝처럼 몸을 버리게 됩니다. 잘났어도 못났어도 몸은 시간이 되면 결국 폐차처럼 버려집니다. 생전에 미인이라고 미남이라고 그렇게 망의 대상이 되었어도 버려지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또한 이 몸이 고통의 근원인 경우도 많습니다. 갖가지 병치레로 편한 날이 없는 것이 이몸뚱이입니다. 인간은 사는 동안 이러한 몸에 대한 집착으로 많은 허물을 짓습니다. 이 몸뚱이를 살리기 위해서 밥을 먹고, 옷을 입고, 주
택을 사용합니다. 이 과정에서 짓는 잘잘못이 업이 됩니다. 이 업이 생사의 근원이 되어 인간은 육도윤회를 하게 됩니다. 이러한 육체에 대한 집착을 버림으로써 인간의 근본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몸에 대한 집착을 버린다는 것은 무엇을 뜻할까요. 몸을 버리라는 뜻이 아닙니다. 몸의 종이 되지 말고 몸의 주인이 되라는 뜻입니다. 내가 내 몸의 주인이 돼서 이 몸을 끌고 다녀야 노예가 아닌 주인 된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자기가 자기 몸의 주인이 되지 않으면 오욕락의 노예가 되어 행복이 없는 불행한 삶을 살게 됩니다. 여기서 오욕란이란 식욕, 성욕, 수면
욕, 재산욕, 명예욕을 말합니다. 삶을 살면서 육체가 요구하는 것이 이것뿐이겠습니까.
몸을 잘 다스려 몸의 주인이 돼서 몸을 수행의 도구로 잘 활용해야겠습니다. 이 몸이 있어야 수행도 할 수 있고 행복도 창조할 수 있습니다. 몸은 나를 만드는 그릇이기도 하고, 부처를 탄생시키는 그릇이기도 합니다.
이번 여름 한철 더위와 벗하며 참 나를 깨달아 부처되는 일에 한 발짝 바짝 다가서기 바랍니다.